어릴 적 논에서 모내기하는 풍경을 본 적이 있습니다.
물로 가득 찬 논에 사람들이 줄을 맞춰 서서
어린 벼 모를 하나하나 옮겨 심던 모습 말입니다.
가만히 보면 그 장면은 참 이상합니다.
잘 자라고 있던 묘목을 굳이 뽑아내서, 뿌리를 드러내고,
낯선 자리로 옮겨 심습니다. 그 과정에서 묘목은 흔들리고,
며칠은 힘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기도 합니다.
하지만 그 뽑아냄이 없으면 그 묘목은 결코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.
모판에 남아 있으면 서로의 뿌리를 얽어매며
결국 자라지 못하게 되기 때문입니다.
모내기란, 아픔을 동반한 선택입니다.
지키기 위함이 아니라 더 풍성하게 맺히게 하기 위한 과정입니다.
하나님께서 우리 삶을 다루실 때도 이와 같지 않을까요.
어떤 자리에서 떼어내시고, 어떤 관계에서 옮겨 심으시고,
어떤 익숙함을 내려놓게 하실 때 우리는 묻습니다.
“왜 지금인가요?" “왜 이렇게 아픈가요?”
하지만 하나님은 우리를 시들게 하려는 분이 아니라,
열매 맺게 하시는 분이십니다.
지금의 흔들림은 버려짐이 아니라 하나님의 손에 의한 옮겨 심기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.
그리고 이 길을 가장 먼저, 가장 깊이 걸으신 분이 계십니다.
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.
예수님은 영광의 자리에서 이 땅으로 내려오셨고,
사랑받는 아들이셨지만 고난의 자리로 옮겨 심기셨습니다.
조롱과 배척, 침묵과 십자가를 견디셨습니다.
그 고난을 피하실 수도 있었지만, 예수님은 참으셨습니다.
왜냐하면 그 고난 너머에 맺힐 열매를 이미 보고 계셨기 때문입니다.
사도 바울은 이렇게 고백합니다. 로마서 8장 18절,
“생각하건대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비교할 수 없도다.”
이 말씀은 고난을 미화하는 말이 아닙니다.
지금의 아픔이 끝이 아니라는 선언입니다.
지금의 모내기가 가을의 추수를 향하고 있다는 믿음의 고백입니다.
오늘 혹시 삶의 자리에서 뽑혀 나온 것 같은 느낌이 드시나요.
익숙했던 땅을 떠나 낯선 자리에 서 있는 것 같으신가요.
그렇다면 기억합시다. 하나님은 우리를 망가뜨리기 위해 흔드시는 분이 아닙니다.
더 깊이 뿌리내리고, 더 풍성한 열매를 맺게 하시기 위해
잠시 견디게 하시는 분이십니다.
그리고 그 길 끝에는 예수님께서 먼저 지나가신 영광이 기다리고 있습니다.
지금은 고난의 논 한가운데일지라도, 하나님은 반드시
열매 맺는 계절로 우리를 이끄실 것입니다.
로마서 8장 18절,
“생각하건대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비교할 수 없도다.”
- 이전 게시글 이전 게시글이 없습니다.
- 다음 게시글 [3분묵상] 하나님이라는 날개